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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1월 22일 (화) 14:29
왁자지껄 할머니 10명…치매도 피해가


"개 나왔는데 왜 말을 세칸 옮겨?”

“내가 한 게 맞잖아. 무슨 소리야.” 

왁자지껄한 소리가 집안에 가득 했다. 안방에서 할머니 4명이 윳놀이를 하고 있었다. 윷가락을 던졌던 할머니가 말을 잘못 옮긴 걸 두고 승강이가 벌어졌다. 주변에서 “말을 한 칸 뒤로 물려야 해”라고 거들자 그제야 “아 내가 잘못했네. 맞다 맞다”라며 물러선다. 

거실에서도 큰 판이 벌어졌다. 10명의 할머니가 둘러앉아 비석치기에 열중하고 있다. 납작한 나무로 만든 비석을 맞혀 넘어뜨리는 놀이다. 김정옥(79) 할머니가 나무를 힘차게 던졌다. 명중이다. 비석이 쓰러지자 주변의 할머니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지른다. 

14일 오후 4시 전북 김제시 청하면 동지산마을의 독거노인 공동생활 가정인 ‘학수그룹홈’ 풍경이다. 70대 ‘젊은’ 할머니도, 아흔을 넘긴 할머니도 나이를 잊고 친구처럼 어울려 지내는 곳이다. 

10명의 할머니가 이 집에서 같이 산다. 주방 겸 거실에서 밥을 해 같이 먹고 안방에서 함께 잔다. 몸이 찌뿌듯하면 작은방 안마기에 올라가고 실내자전거로 근력 운동을 할 때도 있다. 작은 방에는 큰 목욕탕이 있다. 5, 6명이 함께 목욕을 하기도 한다. 명절을 제외하곤 거의 1년 내내 같이 산다. 옷을 갈아입을때 잠깐 집에 다녀오는 정도다.  

노희래(79) 할머니는 “시내에 나가야 목욕탕을 구경했는데 한겨울에도 따뜻한 물이 나와 정말 좋아, 정말 감사하지”라고 말했다. 가끔 싸울때도 있다. 이날도 자식 얘기가 나오자 한 할머니가 화가 나는지 자리를 떴다. 하지만 가족이라 금세 화해했다. 

이 그룹홈은 원래 경로당이었다. 2007년 9월 개조해 낮에는 경로당, 밤에는 가정집으로 쓴다. 김제시는 2006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그룹홈실험을 시작했다. 경로당 2곳을 개조해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지금은 111곳으로 늘었다. 

한 곳당 독거노인 5~20명, 모두 14000명이 지내고 있다. 김제시가 경로당 개,보수비와 신축비조로 2500만 ~5000만원(장비비 650만원 별도)을, 운영비로 매달 3000만원을 지원한다. 기본 생활비는 노인들과 마을에서 함께 부담한다. 

학수그룹홈 주민들은 상당히 건강하다. 농사일을 하고 돌아와서는 화투, 윷놀이 등을 하며 논다. 보건소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찾아와 요가, 체조 등 레크리에이션과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동지산마을 이종만(71) 이장은 “그룹홈을 하기 전에는 동네에 치매 환자가 2명 있었는데 그분들이 돌아가시고 나서는 아직까지 동네에 치매에 걸린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은 서로 식사를 챙기고 고혈압, 당뇨 약 시간을 알려준다. 아프면 옆 사람이 간병하고 죽을 끓여줘 외로움을 느낄 새가 없다. 김정옥 할머니는 “집에서 혼자 지낼 땐 굶을 때도 많았는데 여기선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으려고 애쓸정도로 입맛이 좋다”고 말한다.

 병원에 가는 횟수도 줄었다. 김제시가 예수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그룹홈 입주자 240명을 조사했더니 93.3%가 ‘외로움을 덜 느끼게 됐다’고 답했다. 월평균 병원 가는 횟수도 1.4회에서 0.5회로 줄었다. 냉, 낭반비, 식비 부담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 독거노인의 3대 적으로 불리는 질병, 고독, 빈곤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건식(68) 김제시장은 “그룹홈은 독거노인 문제 해결의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라며 “기업과 그룹홈을 1대1로 맺어 질을 보다 높이겠다”고 말했다. 김제시의 그룹홈 모델이 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전국 40개시 시, 군 227곳으로 늘었다. 공동생활가정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형태다. 일본, 중국 등에도 이런 모델이 없다.  

보건복지부는 그룹홈이 독거노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보고 지자체 합동평가 지표에 이를 추가해 확사을 유도할 방침이다



master@robotimes.co.kr < 로보타임즈ⓒ 취재부기자 >

입력 : 2012-05-19 01:57: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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